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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 이야기 암 재활은 2단기어로 가는 자동차 레이스다
2020-11-29 21:00:50
양구솔져 <> 조회수 416

내가 암 진단을 받은 것도 벌써 2년반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MRI상에 나타나는 암세포도 없고 체력도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나는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환자라는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다.

내 주변사람들은 “빨리 퇴원해야지,언제까지 거기 있는 거냐”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많다.마음만 조금 달리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퇴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생활하면 여기서 생활할 때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저염식으로 구성된 식단,매일 체크하고 복용하는 간염치료제와 미슬토주사등을 실천하는데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암 재발방지를 위해 여기에 생활하지만 일반 사회에서의 시각은 나와 같은 암환자들의 생각과 너무 많이 유리되어 있다. 통상 다른 병같은 경우 치료받고 나서 재활치료라는 것을 하듯이 암치료에도 재활이 필요하다.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암재활이란 용어는 많이 낯설다. 하지만 나는 암재활이란 용어를 한번 사용해 보고자 한다.

어찌 되었든 내 주변 암 환우들이 너무나 쉽게,너무나 빨리 구름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나는 지켜보았다. 18년 3월 암 진단 이후 내가 있는 암 요양병원 환우가,혹은 집에서 생활하는 평소 아는 지인이 이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보았다.

그 중에는 평소 자신만만하던 사람들도 있었고 병이 거의 완치되었다고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다.혹은 평소 하던 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일과 암재활을 병행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지만 5년 넘게 건강하게 생활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는 많이 있다.

 

과연 이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치료와 병행하여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여러 자료를 읽어 보고 찾아 보았다. 물론 기본치료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조금씩 자투리시간에 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그 일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암은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 말이 있듯이 긍정적인 자세가 많은 부분 영향을 준다. 또한 암은 걸어야 낫는 병이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한 운동을 강조하기도 한다.그런가 하면 너무 무리해서 운동하면 독이 된다고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원칙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병에 적용하고자 할 때 계수화되어 있지 않은 정신적 자세의 정도,매일 해야 하는 운동의 강도를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혹은 알면서도 빨리 낫고자 하는 조급함 때문에 애써 외면하고 질주하기도 한다.

나 역시 수시로 그러한 유혹에 빠지는데 예외일 순 없다.남들이 매일 산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고, 남들이 직장에 다니며 통원 형태로 몸 관리하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에 빠져든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자제하고 있다. 몇년 더 자기관리에 충실하고 그 이후에 가정이나 자녀에 좀 더 신경쓰는 것이 돌아가는 길 같지만 최선의 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암은 암 중에서도 사망율이 높은 간암이다. 물론 예전에 비할 때 사망율이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방심하기에는 무서운 암 중의 하나이다. 간은 모든 음식물의 섭취이후 소화에 관여할 뿐 아니라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도 간이 풀어줘야 하는 만큼 다른 장기에 문제가 있는 암에 비해 운동이나 피로감에 좀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암 역시 궁극적으로 이러한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반증으로 5년이 지난 이후에도 암이 재발하여 다시 악화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하고 들어서 알고 있다.

나는 나의 암 재활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주로 혈액검사와 수면욕구,운동 후 몸이 느끼는 피로감등을 그 지표로 활용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내 몸의 알부민 수치와 혈소판 수치,백혈구•적혈구수치,또는 암 종양 표지자 검사라고 하는 AFP검사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운동의 난이도와 시간등을 같이 해서 혈액검사결과와 함께 놓고 비교한다. 이 때 몸의 컨디션이 잘 유지되면 조금씩 걷기운동 난이도를 높이는 형태 등으로 변화시킨다.

매일 섭취하는 ㅇ병원의 비리어드나 요양병원에서 주기적으로 맞는 닥터라민 주사등도 내 컨디션 정도를 고려하여 조절해 간다. 물론 이 때는 병원 원장님과도 긴밀한 상의를 한다. 하지만 최종판단은 나의 몫이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나의 몫이다.

빨리 몸도 좋아지고 싶고 운동도 강하게 해서 체력도 키우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에 우선하는 대원칙은 몸이 피로하지 않게 활동해야 하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해야 한다.마음은 벌써 목표까지 가 있지만 몸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 전후좌우 다 살펴가면서, 내 몸의 컨디션을 체크해가면서…….

 

이런 이유로 인해 나의 암재활은 전력질주가 아니라 꾸준히 가는 모습으로 하루하루 채워지고 있다. 마치 자동차 경주에서 최고출력이 아닌 기어2단으로 조심스럽게 가는 모양새이다. 암에 대해서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이들의 눈에는 다소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름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암이라고 하는 병과 싸워야 하고 암보다 더 치명적일 수도 있는 간경화하고도 싸워야 한다. 더 무서운 것은 빨리 낫고 싶고, 남들 먹는 것 다 먹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하고도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자동차가 눈밭에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가듯이 말이다.

 

삶이란 그렇게 채워가는 것이라고 자위해 본다. 누군가 말했지, 오늘 하루는 누군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고…….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마다 온갖 시름을 다 잊고 행복감에 빠져든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 재롱을 접했을 때 그러하고, 자식들과 이야기하던 중 어느 새 훌쩍 커버린 그 마음씀씀이에 그러하다.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간암, 간경화 치유 외에 조그마한 목표라도 하나 갖고 발전을이루어가는 것도 자칫 무너져가는 자존감의 회복이고 건강한 정신세계를 만들어내는 첩경이라고생각한다. 긴 호홉으로 오늘을 돌아보며 행복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간다.

(20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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