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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 이야기 암 진단 이후 세번의 고비
2020-11-29 20:55:16
양구솔져 <> 조회수 346

세 번의 고비

 

암 진단을 받고 치유를 위한 노력의 시간들을 겪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돌이켜 보면 B형 간염보균자로서 친모로부터 받은 수직감염에 간이 점차 딱딱해진다는 간경변증세에 이어 2018년 3월 진단받은 간세포암종 3기까지 안 좋은 결과가 뻔히 내다보이는 막다른 길의 종착역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자기 몸을 어덯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간암발생을 억제시키는 좋은 수순도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간암을 진단받고 나서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짙은 후회,그리고 현실부정 등 많은 생각들이 오갔지만 결국에는 이왕 벌어진 일에서 최선을 찾아 보자고 달려온 투병의 시간들이 2년반을 넘기고 있다.

 

간암치료를 위해 처음 색전술을 1회 실시했으며 이어서 방사선치료를 통한 암세포 사멸 치료에 들어가 크고 작은 2개의 암을 없애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후 좀 좋아지나 싶었던 몸이 배에 복수가 차면서 힘든 고비를 넘겼으나 우여곡절끝에 선방했으며 간경변 증세로 인해 간문맥의 압이 높아져서 식도정맥류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식도정맥류는 결찰술을 3회에 걸쳐 시술받으면서 현재는 간문맥의 압이 약간 높은 수준으로 증세를 없애는 성과를 이뤄냈다. 다만 아직 문제인 것은 혈액의 백혈구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임상참고치보다 낮은 것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 아직까지 예후가 안 좋기로 유명한 간암진단을 받고 간절제를 할 경우 간부전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했던 상태였던 점을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 없이 간의 암세포를 괴사시키고 지금까지 관리되고 있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워낙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하는 아내가 속으로 얼마나 걱정하고 속을 끓였을지 언뜻 나타나는 표정과 말투에서 그 속내를 느끼고 감사함이 갈수록 깊어지는 요즘의 시간들이다.

 

암은 관리가 잘 된다고 생각될 때 한층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듣고 배우면서 지난 시간들 중 나의 투병에 있어 크나큰 고비였던 점을 되짚어 본다.

먼저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의 마음과 병원의 향후 진료제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고도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국* ***담당주치의는 방법은 간이식밖에 없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고민끝에 할수만 있다면 간이식이라도 해야 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 때 아내는 병원담당 교수와 상담한 끝에 간이식만 해 주고 나면 자기 책임은 다했다는 식의 뉘앙스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였고 나 역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담당교수의 태도와 함께 앞뒤정황을 끼워맞춰보고 간이식 이후의 면역억제제를 먹어가며 관리해야 하는 일정등을 생각하며 무조건 간이식을 빨리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처음 치료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에 담당의사 가이드대로 따라 하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천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만약 자포자기해서 무조건 개복하고 간이식하고 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싶다. 내 간의 상태나 우리 애들의 건강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

 

두번째 고비는 암이 방사선 치료로 인해서 괴사되었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이다. 이 때 주변 환우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암세포가 안 보이고 다 소멸되었다고 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이다.”

암세포는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로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완전소멸이 아니라 진단장비로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작아진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숙주가 되는 인간이 암과의 전쟁을 게을리 하고 예전의 안 좋은 생활방식으로 돌아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고개를 들고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때는 암세포도 내성이 생겨서 좀 더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나타나기 때문에 거기 대응하는 인간의 약도 더욱 독한 것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숙주가 되는 몸뚱아리만 골병이 들어 점점 피폐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게 되면 사람은 해이해지는 마음과 싸워야 하고 어느 순간 더 강해져서 나타나는 암세포와 싸워야만 되는 백척간두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건강관리에 전력을 다하고자 노력하였다.

 

세번째 고비는 내가 생각할 때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세번째 고비는 아마도 어떤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암세포가 다시 나타나고 전이가 되었을 때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질때 사람은 허탈함에 빠지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는 수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 먹으면 노래 악보의 도돌이표처럼 전의 경험을 되살려 똑같은 것을 한 번 더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한번 경험한 과정이고 예전보다는 의학기술도 발전을 이룬만큼 투병에 있어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격려하고 가면 되는 것이다.

지나간 투병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또 앞으로 지켜내야 할 투병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각오를 다지고자 내 마음을 지면에 옮겨 본다.

 

(20.8.28)